1. 서 론
1.1. 연구 배경
1.2. 연구 범위
2. 연구 방법
2.1. 연구 대상 및 연구윤리준수
2.2. 주요 변수
2.3. 공변량
2.4. 통계 분석
3. 연구결과
3.1. 연구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3.2. 통근시간과 일-가정 갈등의 관련성 (Association between commute time and Work-Family Conflict)
3.3. 성별 층화에 따른 분석 결과 (Gender-stratified analysis)
4. 논 의
5. 결 론
1. 서 론
1.1. 연구 배경
현대 사회에서 도시화의 진행과 교통 인프라의 확장은 근로자의 일상생활을 구조적.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중에서 통근(commuting)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근로자 각 개인의 생활환경(living environment)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통근 시간은 근로자의 시간 자원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심리적 안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시간 통근은 신체적 피로 누적, 스트레스 증가, 여가시간 및 가족 간 교류 감소를 야기하여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직장과 가정 간 역할 수행에서의 긴장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Chatterjee et al., 2020; Hilbrecht, Smale, & Mock, 2014).
이러한 맥락에서 통근 시간으로 인한 근로자의 시간 제약은 근로자 개인의 생활환경이란 관점에서 ‘공간적·시간적 제약 요인’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알려진 제약으로는 일-가정 갈등(Work–Family Conflict, WFC)이 있다. 일-가정 갈등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이 개인의 시간, 심리 그리고 행동적 차원에서 충돌할 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Greenhaus & Beutell, 1985). 선행 논문에 따르면 일-가정 갈등은 직무 만족을 저하시키고 가족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며, 개인의 건강 문제와 더불어 조직적 차원에서 몰입을 저하 시키는 등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Allen, Herst, Bruck, & Sutton, 2000). 국내 연구에서도 일-가정 갈등의 영향 요인을 밝히기 위하여 근로시간, 직무특성, 직무특성, 가족친화정책 등 사회적 요인을 중심으로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Ahn, 2013; Jeong & Kim, 2014). 그러나 통근 시간이라는 물리적 생활환경 요인이 일-가정 갈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국외 연구를 살펴보았을 때 통근 시간이 길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았으며, 가족 관계를 포함한 주관적 웰빙 수준이 낮아진다는 결론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Stutzer & Frey, 2008; Chatterjee et al., 2020). Elfering, Igic, Kritzer와 Semmer (2020)는 통근을 일과 관련된 요구(work-related demand)라 규정하였으며, 이를 토대를 분석하였을 때, 통근 시간이 길수록 일-가정 갈등이 높아지며 정서적 소진이 심화된다고 밝혔다. 또한 통근시간의 증가는 근로자의 주관적 행복감을 저하(Nie, Sousa-Poza, & Nimrod, 2016)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 악화와 더불어 심혈관계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등,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Hansson, Mattisson, Björk, Östergren, & Jakobsson, 2011), 통근은 단순한 이동 활동을 넘어 근로자의 일상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라 할 것이다. 또한 Montazer와 Young (2024)은 통근 거리와 근로시간 간의 상호작용이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으며, 통근에 대한 부분이 일·가정 간의 균형을 저해하는 요인임을 강조하였다.
최근 대한민국 근로환경조사(KWCS)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통근은 주거지와 직장의 공간적 거리를 포함하여, 개인의 일상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시간를 결정하는 요인이라 할 것이다. 통근 시간을 포함한 생활환경 요인과 불규칙한 근무환경은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여가, 수면 등을 포함한 사회활동의 총량을 제한하게 되며, 삶의 질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정서적 안정, 가족 및 사회적 관계 형성에 있어서 질,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Choi, Ahn, & Im, 2016; Hong et al., 2024). 즉, 통근은 단순한 ‘출근 과정’이 아니라, 근로자의 생활환경 전반과 삶의 질을 연결하는 핵심적 매개 요인이다.
Choi, Kim, Park와 Park (2023)에 따르면 예측 불가능한 근무일정을 지속하였을 때 일-가정 갈등 수준을 유의하게 높이며, Lee와 Yang 등(2023)은 통근시간이 길수록 주관적 정신건강에 있어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제시하였다. 근무 일정의 불확실성과 장시간 통근은 일-가정 갈등이 심화시킬 수 있으며 근로자의 업무 몰입을 방해할 뿐 아니라 가정 영역에서의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활환경적 매개 변수”로 볼 수 있다. 또한 일-가정 갈등의 분석에 있어서 Choi 등(2023), Choi, Min, Ryoo와 Min (2022)은 제6차 근로환경조사를 활용하여, 일-가정 갈등 분석 과정에서 성별, 연령, 혼인상태, 자녀유무, 학력, 주당 근로시간, 직종, 월급, 회사규모, 고용형태, 교대근무 여부 등의 인구학적·직업학적 핵심변수를 공변량으로 통제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근로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근무형태적 요인을 포함하여 통근이라는 생활환경 요인이 일-가정 갈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통근 시간을 생활환경 요인으로 규정하고, 통근시간에 따른 일-가정 갈등 수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통근을 생활환경적 변수로 해석하여, 근로자에 있어서 일·가정 균형을 개인-환경이라는 상호작용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생활환경에 따른 보건학적 관점에서의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1.2. 연구 범위
본 연구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시행한 7차 근로환경조사(7th KWCS)를 통해 통근 시간을 생활환경 요인으로 규정하고, 통근시간이 길수록 일-가정 갈등 수준이 높아지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7th KWCS의 대표 표본을 활용하고, 로지스틱 회귀모형(logistic regression)을 통해 통근 시간과 일-가정 갈등 간의 영향력을 연구하고자 한다. 아울러 성별 층화 분석을 통해 남성과 여성 간 통근의 영향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통근의 생활환경적 함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2.1. 연구 대상 및 연구윤리준수
본 연구는 대한민국 제7차 근로환경조사를 활용하였다. 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에서 수행한 전국 대표 표본조사로, 만 15세 이상 취업자를 대상으로 다단계 층화표본추출 방식을 이용하여 실시되었다. 총 50,195명의 응답자 중 임금근로자가 아닌 20,045명을 포함하여 결측값이 존재하는 응답자 25,530명을 제외하였으며, 통근시간, 일-가정 갈등 항목, 근로형태를 포함하여 기타 인구사회학적 변수가 모두 응답된 24,665명을 최종 분석하였다. KWCS는 개인 및 사업체 식별이 불가능한 2차 공개자료로, 본 연구에서는 원자료를 이용하여 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순천향대학교부속 천안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SCHCA 2025-06-030)의 승인하에 이루어졌다.
2.2. 주요 변수
일-가정 갈등은 Choi 등(2023)에서 제시된 개념 정의를 준용하였으며, Borgmann, Kroll, Müters, Rattay와 Lampert (2019)가 개발한 요약지수(summary index)를 활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KWCS의 4개 문항에 대하여 일-가정 갈등 분석 문항으로 설정하였다. 각 항목의 문항은 다음과 같다. (A) 업무 후 피로로 가사활동을 하기 어렵다, (B) 업무로 인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 (C) 가사일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D) 가사일로 인해 업무시간을 충분히 할애하기 어렵다. 각 문항은 “항상 그렇다(4점)”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0점)”까지의 5점 Likert 척도로 응답하였으며, 총점은 0점부터 최고 16점이었다. 총점이 8점 이상인 경우를 고 일-가정 갈등군(high WFC), 7점 이하를 저 일-가정 갈등군(low WFC)으로 분류하여 이분형(binary) 변수로 범주화하였다.
2.3. 공변량
공변량(covariates)은 일-가정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된 변수들을 바탕으로 선정하였으며, 변수 구성은 Choi 등(2023), Choi 등(2022)의 연구를 참고하였다. 구체적으로 성별(Gender), 연령(Age, < 30, 30–39, 40–49, 50–59, ≥60세로 구분), 혼인상태(Marital status, 미혼·기타/기혼·동거), 학력(Education, 고졸 미만/고졸/전문대 이상으로 구분), 직종(Occupation, 관리자·전문직/사무직/서비스·판매직/생산직으로 구분), 월급(Salary, 200만 미만/200–299만/300–399만/400만 이상으로 구분), 주당 근로시간(Weekly working hours, ≤40/41–52/>52시간으로 구분), 교대근무 여부(Shift work, 예/아니오), 자녀유무(Children), 회사규모(Company size, 1–49인, 50–499인, 500인 이상), 고용형태(Employment status, 정규직/비정규직)를 통제 변수로 설정하였다.
2.4. 통계 분석
자료 분석은 IBM SPSS Statistics 28.0 (IBM Corp., Armonk, NY, USA)을 사용하였다. 분석 절차는 Annal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게재된 Choi 등(2023), Choi 등(2022)의 방법론을 참고하여 아래와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 결측값을 제외한 7차 KWCS 근로자에 대하여 인구사회학적 특성 및 근로 특성에 대하여 기술통계(descriptive statistics)를 실시하였다. 일-가정 갈등 수준(High vs. Low)에 따른 범주형 변수 간 분포 차이는 카이제곱 검정(χ² test)을 실시하였으며, 빈도와 비율을 산출하였다(Table 1).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by level of work-family conflict (WFC) (χ² test)
둘째, 통근시간이 일-가정 갈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고자 로지스틱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을 실시하였다. 종속변수는 일-가정 갈등(High, Low)로 이진형 변수로 설정하였고, 독립변수는 통근시간을 세 범주(≤30분, 31–89분, ≥90분)로 구분하여 투입하였다. 분석모형은 3단계로 구성하였으며, Model 1은 비보정(crude) 모형, Model 2는 인구사회적 요인(성별·연령·혼인상태·자녀·학력·소득 등)을 보정한 모형, Model 3은 근로특성(근로시간·교대근무·직종·고용형태 등)을 추가로 보정한 완전보정(fully adjusted) 모형으로 설정하였다. 결과는 오즈비(odds ratio, OR)와 95% 신뢰구간(95% confidence interval, CI)으로 제시하였다(Table 2).
Table 2.
Weighted logistic regression for the association between commute time and work–family conflict (OR and 95% CI, adjusted by sociodemographic and work-related covariates)
Model 1 was defined as the crude (unadjusted) model, Model 2 as the model adjusted for sociodemographic variables (sex, age, marital status, children, education level, and income), and Model 3 as the fully adjusted model, which additionally controlled for work-related characteristics (working hours, shift work, occupation, employment type, and company size).
셋째, 성별에 따른 통근시간의 영향 차이를 검정하고자 성별 층화(subgroup analysis by gender) 분석을 수행하였다. 남성과 여성 각각에 대해여 로지스틱 회귀모형을 구축하였으며, 모든 혼란변수(covariates)는 완전보정모형과 동일하게 포함하였다. 이를 통해 성별 간 통근효과의 차이를 비교, 검토하였다(Table 3).
Table 3.
Fully Adjusted weighted logistic regression for the association between commute time and work-family conflict in subgroups by gender
모든 통계분석은 양측검정(two-tailed test) 기준으로 수행하였으며, p < 0.05를 통계적 유의수준으로 간주하였다.
3. 연구결과
3.1. 연구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분석에 포함된 근로자는 총 24,665명이었으며, 남성이 47%, 여성이 53%를 차지하였다. 연령은 50–59세가 25.6%로 가장 많았고, 30–39세(21.9%)와 40–49세(21.8%)가 그 뒤를 이었다. 기혼 근로자는 전체의 75.5%였으며, 미혼·기타는 24.5%였다. 직종 분포는 생산직 근로자가 28.9%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 27%, 서비스·판매직 24.9% 관리자·전문직 19.2% 순이었다. 월평균 소득은 200만 원 미만이 19.5%, 200–299만 원이 35.2%, 300–399만 원 27.2%, 400만 원 이상이 18.1%였다.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 이하가 73.3%로 가장 많았으며, 52시간 초과 근로자는 3.8%였으며, 교대근무자는 전체의 7.7%로 확인되었다. 연구대상자 전체 중 17.6%가 고 일-가정 갈등군에 속했으며, 기혼, 고졸, 50–59세, 서비스/판매직, 월급 200만원 이상, 주당 41–52시간, 정규직 근로 집단에서 고 일-가정 갈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p < .05). Table 1은 인구사회학적, 직업적 특성에 따른 일-가정 갈등 분포를 요약한 결과이다.
3.2. 통근시간과 일-가정 갈등의 관련성 (Association between commute time and Work-Family Conflict)
Table 2는 통근시간을 독립변수로 설정하여 산출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이다. Model 1(비보정) 결과, 30분 이하 통근자에 비하여 통근시간이 31–89분인 근로자의 일-가정 갈등 위험은 오즈비(OR) = 1.10, (95% 신뢰구간(CI): 1.02–1.17, p = .008), 90분 이상 통근자는 OR = 1.25 (95% CI: 1.10–1.43, p < .001)로 나타났다. Model 2(인구사회학적 변수 보정)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은 유지되었으며, 30분 이하 통근자에 비해 31–89분 집단은 OR = 1.19 (95% CI: 1.11–1.27, p < .001), 90분 이상 집단은 OR = 1.40 (95% CI: 1.23–1.60, p < .001)로 확인되었다. Model 3(모든 통제변수 보정모델)에서는 30분 이하 통근자에 비해 장시간 통근(≥90분) 집단의 일-가정 갈등이 OR = 1.36 (95% CI: 1.19–1.56, p < .001), 31–89분 집단의 OR = 1.26 (95% CI: 1.24–1.27, p < .001)로 유의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근로시간, 교대근무, 직종, 고용형태, 자녀수 등 일-가정 갈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통제한 이후에도 통근시간이 일-가정 갈등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통근시간은 단순한 이동시간이 아닌, 근로자의 생활환경을 제약하여, 일–가정 갈등 수준을 설명하는 중요한 생활환경 요인임을 시사한다.
3.3. 성별 층화에 따른 분석 결과 (Gender-stratified analysis)
Table 3은 성별에 따른 완전보정모형 층화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이다. 남성 근로자(n = 11,598)에서 30분 이하 통근자에 비해 통근시간이 31–89분인 경우 OR = 1.27 (95% CI: 1.14–1.41, p < .001), 90분 이상인 경우 OR = 1.31 (95% CI: 1.10–1.56, p = .003)으로 통근시간이 길어질수록 WFC 위험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근로자(n = 13,067) 또한 유사한 경향을 보였으며, 30분 이하 통근자에 비해, 통근시간이 31–89분인 경우 OR = 1.18 (95% CI: 1.07–1.30, p < .001), 90분 이상 집단의 경우 OR = 1.52 (95% CI: 1.23–1.89, p < .001)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장시간 통근이 단순한 물리적 이동의 문제가 아니며, 여성 근로자에게 있어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는 생활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4. 논 의
본 연구는 통근시간을 생활환경 요인으로 규정하고, 통근시간이 길수록 임금근로자의 일-가정 갈등 수준이 높아지는지를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 비보정 모델에서 통근시간이 30분 이하인 집단에 비해 90분 이상인 집단에서 일-가정 갈등 발생 위험이 약 1.25배 높았으며, 인구사회학적 변수와 근로특성을 통제를 하여도 마찬가지였다. 성별층화 분석시, 통근시간이 30분 이하 대비 90분 이상 통근시간 집단은 남성 근로자에 비해 여성 근로자가 더 높은 일-가정 갈등 위험을 보였다. 여성 근로자의 경우 Greenhaus와 Beutell (1985)가 말한 직장과 가정에서 역할 간 충돌에 있어 사회적 역할 기대에 비해 시간적 제약과 심리적 긴장이 집중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선행연구에 따르면, Gimenez-Nadal와 Molina (2016) 및 Bernhardt, Recksiedler와 Linberg (2022)는 여성의 통근 스트레스가 단순히 이동시간의 문제가 아닌, 가사노동과 양육에 따른 시간압박이 함께 중첩되어 나타난다고 설명하였다. Künn-Nelen(2016) 또한 통근이 가정 내 역할 수행을 제한하며, 특히 여성의 경우 정신적 피로와 생활만족 저하까지 이어진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예컨대 Son(2024)은 통근시간이 삶의 질 저하에 미치는 영향이 여성층에서 더 명확히 관찰된다고 보고하였고 본 연구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되었다.
Chatterjee 등(2020)은 통근이 개인의 일상 리듬과 사회적 관계망을 제한하는 “환경적 압박 변수(environmental constraint)”로 작용한다고 하였으며, Novaco 와 Gonzalez (2009)는 부정적 통근 경험이 반복될 수록 누적 스트레스(accumulated stress)를 형성하게 되고 이는 자율신경계 반응과 부정적 정서를 강화한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Baek, Yoon와 Won (2023)은 통근시간이 길수록 근로자의 불안 및 불면증 위험이 증가되는데 이러한 영향은 일-가정 갈등을 매개로 부분적으로 전달된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Lee와 Oh 등(2023)은 일-가정 갈등이 수면 장애와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통근 스트레스가 단순한 이동 시간이 아닌 정신적 자원을 고갈시키며 수면 저하를 발생시켜 일-가정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생활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임이라 할 것이다.
최근 연구들은 통근시간 뿐 아니라 통근수단과 통근경험의 질적 차이가 일-가정 갈등에 영향을 준다는 점 또한 강조하고 있다. Zhu, Li, Chen, Liu와 Zeng (2019)은 중국 도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통근 시간이 길고 보행이나 자전거 등 비동력 통근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주관적 행복감이 유의하게 낮아진다고 보고한 논문이 있는 반면 Sattler 등(2020)은 걷기 또는 자전거 통근을 하는 경우에는 심리적 피로감을 덜 호소하고 주관적 웰빙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 또한 존재한다. 즉, 단순히 물리적 거리나 소요시간만으로는 통근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기에, 통근의 질적 경험 전반을 포괄하는 생활환경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통근거리의 양적 효과 외 근로자의 통근수단 선택 양상, 근무지로의 이동 과정에서의 감정적·인지적 반응, 사회적 자원의 지원 수준 등 다양한 질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분석함으로써, 근로자의 통근이 직무 스트레스 및 일-가정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입체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통근이 근로자의 일-가정 갈등에 미치는 질적, 양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함과 동시에 개선을 위한 사회정책적 관점에서의 구조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도시 계획에 있어 통근시간의 단축은 단순한 교통 문제를 넘어서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Park, Park & Kim, 2024). 근무형태의 개선 또한 고려될 수 있으며, Elfering 등(2020)은 일-가정 갈등의 해결책으로 유연근무제 도입을 제시하였으며, Darouei와 Pluut (2021)은 재택근무를 통하여 일에 대한 시간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가정 갈등의 수준이 낮아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방식은 근로자에게 시간자율성을 부여야 하며 통근부담을 줄이는 정책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 교통인프라 개선을 포함하여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 근로자의 시간 사용에 있어서 유연한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Kim, 2022).
종합하면, Lee 등(2025)에서 근로환경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물리적 환경요인 노출의 생활환경 요인이 근로자의 건강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던 것처럼, 근로자의 통근시간은 근로자의 일-가정 균형에 미치는 중요한 생활환경 요인으로, 개인의 시간자원과 직장과 가정에서의 심리적 회복력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장시간 통근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닌, 근로자의 삶의 질과 가족관계를 저해하는 구조적 생활환경 요인임을 재확인하였다.
다만 본 연구의 한계로는, 횡단면 설계(cross-sectional design)로 인해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 통근의 질적 경험(혼잡도·이동수단·출퇴근 스트레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다. 또한 가족역할 분담, 육아지원제도 등 사회문화적 요인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7차 근로환경조사를 활용하여 통근시간과 일-가정 갈등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 그리고 생활환경적 관점에서 통근의 의미를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통근의 정성적 경험과 심리적 회복 요소를 포함하여 다층적 분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5. 결 론
본 연구는 생활환경 요인으로서 통근시간이 근로자의 일-가정 갈등(Work–Family Conflict, WFC)에 미치는 영향을 제7차 한국근로환경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통근시간이 길수록 고(High) 일-가정 갈등 집단에 속할 확률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경향을 관찰하였다. 특히 90분 이상 통근군에서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졌으며, 남성에 비해 여성 근로자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연관성을 확인하였다. 이는 통근이 단순한 근로를 위한 이동 행위가 아닌 근로자의 시간·에너지 자원을 소모시키고 갈등을 유발하는 생활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임을 시사한다. 또한 인구사회적 요인과, 직업관련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이러한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통근시간이 독립적인 일-가정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 연구들의 일–가정 균형 모델을 확장하는 것으로, 통근이라는 물리적·환경적 요인이 개인의 심리적 자원 분배를 포함하여 가족역할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국내 임금근로자 표본을 통해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 따라서 통근환경의 개선은 단순한 교통정책의 영역을 넘어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인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정책은 근로자의 통근 부담을 완화함를 위한 도시정책적 접근과 더불어 유연근무제 확대, 주거–직장 접근성 등을 포함한 생활환경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통근시간을 생활환경 변수로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일-가정 갈등의 새로운 해석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환경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과 건강을 아우르는 포괄적 생활환경적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