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Living Environmental System. 31 August 2025. 458-467
https://doi.org/10.21086/ksles.2025.8.32.4.458

ABSTRACT


MAIN

  • 1. 서 론

  • 2.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검토

  •   2.1. 탄소중립과 에너지복지정책의 통합적 접근

  •   2.2. 해외 에너지복지정책의 건물에너지효율개선 중심 전환

  •   2.3. 한국 에너지복지정책의 예산 구조와 변화

  • 3. 연구 방법

  • 4. 연구 결과

  •   4.1. 현행 에너지복지정책의 구조적 한계

  •   4.2. 건물에너지효율개선 정책의 활성화 장애요인

  •   4.3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복지의 정책적 연계 부족

  •   4.4. 정책 전환을 위한 혁신적 방안

  • 5. 논의 및 결론

1. 서 론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국가 정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에너지복지정책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0년 ‘Renovation Wave Strategy’를 통해 2030년까지 3,500만 개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영국은 ‘Heat and Buildings Strategy’(UK Government, 2021)를 통해 2035년까지 모든 주택을 EPC C등급 이상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2025년부터 에너지 성능 G등급 주택의 임대를 금지하는 등 건물에너지효율개선을 주요 에너지복지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에너지복지정책이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구조적인 에너지 빈곤 해결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Bonatz, Guo, Wu, & Liu, 2019; Simionescu, Radulescu, & Belascu, 2024; Brown et al., 2025; Chaton, 2025). 특히 건물 부문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건물에너지효율개선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빈곤 해결의 종합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Ürge-Vorsatz & Tirado Herrero, 2012; Cornelis & Bossier, 2020; Ürge-Vorsatz et al., 2020; Papineau, Rivers, & Yassin, 2025).

그러나 이에 비해 한국의 에너지복지정책은 여전히 재정 지원 중심의 접근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에너지복지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대 중반 국제유가 급등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당시 급증한 빈곤층의 난방비 부담 완화가 시급한 과제였으며, 2007년 에너지복지법 제정 시에도 ‘긴급 지원’이 핵심이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확대된 빈곤층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필요한 선택이었다. 특히 한국의 높은 전월세 비율과 2년이라는 짧은 임대차 계약 기간은 건물에너지효율개선 투자를 저해하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했다. 임대인은 투자 유인이 부족하고, 임차인은 타인 소유 주택에 대한 투자 동기가 없었다. 이러한 주택시장의 경제적, 구조적 특성이 정부의 즉각적 비용 지원 정책을 유도한 핵심 요인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주택 노후화 심화와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현행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Kim & Park, 2020; Kim & Park, 2021; Moon & Park, 2023).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냉난방 수요 증가는 비용 지원 중심 접근법의 재정적 ∙ 환경적 한계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 에너지복지정책의 현황을 심층 분석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경험과 인식을 조사하여 기후 위기 시대에 건물에너지효율개선 중심의 전환적 정책 제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네 가지 핵심 목적을 가진다. 첫째, 현재 한국 에너지복지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분석하여 건물에너지효율개선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을 규명한다. 둘째, 해외 주요국의 정책 전환 사례를 분석하여 건물에너지효율개선 정책의 성공 요인을 파악한다. 셋째, 정책 전문가, 현장 실무자, 수혜자 그룹별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s, FGI)을 통해 현행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분석한다. 넷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에너지 빈곤 해결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통합적 정책을 제안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연구의 Figure 1은 연구의 배경, 목적, 방법, 프로세스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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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Research process.

2.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검토

2.1. 탄소중립과 에너지복지정책의 통합적 접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에너지복지정책과 탄소중립 목표의 통합적 접근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Sovacool과 Dworkin (2015)은 ‘energy justice’ 개념을 통해 에너지정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공정한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이 취약계층에게 추가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유럽연합은 ‘European Green Deal’을 통해 에너지 빈곤 해결을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 정책으로 반영시켰다. 특히 ‘Renovation Wave Strategy’는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건물의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빈곤 해결을 동시에 해결하는 전략을 제안하였다(International Copper Association, 2021; European Parliament, 2022).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당시 탄소중립과 에너지복지가 연계 주장이 나왔으며, 특히 우선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그린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효율 개선을 제안하였다(Choi, Yang, Lee, & Moon, 2021). 또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 취약계층의 에너지 접근성 악화를 지적하며, 포용적 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Son & Kim, 2021).

2.2. 해외 에너지복지정책의 건물에너지효율개선 중심 전환

해외 선진국들은 에너지복지정책을 단순한 비용 지원에서 건물에너지효율개선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 개선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며, 동시에 탄소중립 목표에도 기여한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미국의 WAP(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은 대표적 에너지효율 정책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합쳐 약 7.5억 달러(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U.S. Department of Energy, 2021; NASCSP, 2019). 중위소득 6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평균 4,725달러(약 630만원)를 지원하여 연간 약 6만 가구에 난방시스템, 단열재 및 창호 교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혜 가구는 연평균 372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프랑스의 MaPrimeRenov’ 프로그램(La Centrale Eco, 2024)은 2020년 출범하여 연간 20억 유로(약 2.9조원)의 예산으로 70‒80만 가구를 지원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소득수준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여 극빈층은 100%, 저소득층은 80% 지원을 받는다. 가구당 최대 2만 유로(약 2,900만원)까지 지원하며, 30‒40%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의 Green Homes Grant는 당초 32억 파운드(약 5.5조원) 규모로 계획되었으며, 특정 수급자를 대상으로 최대 1만 파운드(약 1,700만원)까지 바닥난방, 단열개선, 히트펌프, 창호교체 등을 지원한다(UK 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 2020). 저소득층은 전액 지원을, 일반 가구는 2/3 지원을 받는다. 일본의 Housing Energy Saving Campaign(2024)은 2,100억 엔(약 1.8조원)의 예산으로 가구당 최대 200만 엔(약 180만원)을 지원하되, 수혜자가 67%의 자부담을 부담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원하는 대표적인 에너지복지정책으로, 2025년 기준 1,076억원의 예산으로 5만 4천 가구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Korea Energy Foundation, 2025). 이 사업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약 71만 5천 가구를 지원했으며, 연간 약 22.6%의 에너지 사용량 절감 효과를 입증했다(Korea Energy Foundation, 2025).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초지자체장이 추천하는 복지사각지대 일반 저소득가구로 구성되며, 사회복지시설도 포함된다. 지원 내용은 난방지원은 단열 ∙ 창호 ∙ 바닥 시공 및 고효율 보일러 설치를, 냉방지원은 고효율 에어컨 설치를 포함한다. 가구당 평균 243만원, 최대 330만원 내에서 시공 및 물품을 지원하며, 수혜자의 별도 자부담은 없다. Figure 2에서와 같이 각국의 가구당 지원액을 비교하면 프랑스가 최대 2,900만원으로 가장 높고, 영국 1,700만원, 미국 630만원, 한국 330만원, 일본 180만원 순으로 보여준다. 모든 나라를 같은 연도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조사된 데이터 기반 대략적인 연간 지원 가구 수로는 영국이 120만 가구로 가장 많고, 프랑스 70‒80만 가구, 일본 10만 가구, 미국 6만 가구, 한국 5.4만 가구 순이다. 이는 선진국 대비 한국의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예산이 상당히 적은 수준으로, 프랑스의 1/27, 영국의 1/51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이 에너지효율개선사업 개선을 위한 투자가 부족함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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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Average cost of building energy efficiency projects per household in each country.

이러한 글로벌 비교 분석을 통해 도출된 한국 에너지복지정책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예산 규모의 점진적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정책 대상의 점진적 확대와 차등 지원 체계 도입이 요구된다. 현재의 수혜 자격 기준은 에너지 빈곤의 사각지대를 양산할 수 있다. 프랑스의 소득구간별 차등 지원이나 영국의 이원화 모델을 참고하여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가구당 지원액 상향도 필수적이다. 현재의 금액으로는 가구별 부분적 개선만 가능하여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이다. 넷째, 체계적인 성과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고 정책 개선에 선순환적으로 반영하는 피드백 체계가 필요하다.

2.3. 한국 에너지복지정책의 예산 구조와 변화

한국의 에너지복지정책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었으며 최근 5년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Figure 3). 전체 에너지복지 예산은 2020년 1,381억원에서 2024년 7,932억원으로 474.4%의 폭발적인 증가를 보여준다(Table 1). 특히 눈 여겨볼 점은 에너지바우처 사업과 건물에너지효율개선사업 간의 불균형적 성장이다. 에너지바우처 사업이 2020년 781억원에서 2024년 6,856억원으로 777.8% 증가한 반면, 건물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600억원에서 1,076억원으로 79.3% 증가에 그쳤다. 이로 인해 전체 에너지복지 예산에서 에너지바우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56.6%에서 86.4%로 급증한 반면, 건물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비중은 43.4%에서 13.6%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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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Energy Voucher and Building Energy Efficiency Improvement Project Budget Trends in Korea.

Table 1.

Trends in Korean Energy Welfare Budget Allocation (2020‒2024)

Category 2020 2021 2022 2023 2024 Growth Rate
(2020‒2024)
Energy Voucher Program
Budget (billion KRW) 78.1 112.4 276.9 367.8 685.6 777.8%
Year-on-year growth - 43.9% 146.4% 32.8% 86.4% -
Executed amount (billion KRW) 78.1 112.4 276.9 268.0* - -
Beneficiary households (10,000) 66.1 71.2 96.3 115.2 125.8 90.3%
Support per household (1,000 KRW/year) 347 350 355 360 367 5.8%
Low-income Building Energy Efficiency Improvement Program
Budget (billion KRW) 60.0 72.0 85.0 95.0 107.6 79.3%
Year-on-year growth - 20.0% 18.1% 11.8% 13.3% -
Heating support households 26,000 28,000 30,000 33,000 36,000 38.5%
Cooling support households 12,000 14,000 16,000 17,000 18,000 50.0%
Average support per household (10,000 KRW) 200 210 220 230 240 20.0%
Total Energy Welfare Budget
Total budget (billion KRW) 138.1 184.4 361.9 462.8 793.2 474.4%
Energy voucher proportion 56.6% 61.0% 76.5% 79.5% 86.4% -
Efficiency improvement proportion 43.4% 39.0% 23.5% 20.5% 13.6% -

Notes: *Actual execution in 2023 was 268.0 billion KRW out of 367.8 billion KRW budget, resulting in 99.7 billion KRW (27.1%) unused; 2020 budget for Low-income Building Energy Efficiency Improvement Program is estimated.

Source: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 (2020-2024); Korea Energy Agency (2024); Korea Energy Foundation (2023).

이러한 예산 구조의 변화는 한국의 에너지복지정책이 점점 더 단기적 비용 지원에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2년 난방비 대란 이후 에너지바우처 예산이 146.4% 증가한 것은 정부가 구조적 해결보다는 즉각적인 대응에 집중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건물에너지효율개선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해외 선진국의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 문제다. 2023년 에너지바우처 사업에서 997억원의 불용액이 발생하여 예산의 27.1%가 사용되지 못했다. 이는 현행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건물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집행률을 보이며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24년까지 71만 5천 가구를 지원했으며, 지원받은 가구는 평균 22.6%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였고, 사업 만족도는 95.7점을 기록했다(Choi, 2023). 이는 건물에너지효율개선사업이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해결책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연구 방법

본 연구는 한국 에너지복지정책의 현황을 심층 분석하고 건물에너지효율개선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FGI를 주요 연구 방법으로 채택하였다. FGI는 특정 주제에 대한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심층적이고 다층적인 정보를 획득할 수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Morgan, 1996). 에너지복지정책의 이해관계자인 정책 설계자, 집행자, 수혜자 간 인식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되어 별도 그룹으로 구성하여 세 개 집단, 총 11명을 모집하였다:

그룹 1: 에너지복지정책 전문가 및 연구자 (5명)

그룹 2: 시민사회 활동가 및 현장 실무자 (3명)

그룹 3: 에너지빈곤층 당사자 및 정책 수혜자 (3명)

본 연구의 FGI는 2025년 3‒5월 동안 체계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되었다. 참여자 모집은 각 그룹별로 에너지복지정책에 대한 직접적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각 그룹별로 회당 평균 2시간동안 2‒3회의 FGI를 실시하였다. 반구조화된 질문지는 다섯 가지 질문으로 구성하었다. 첫째, “현재 에너지복지정책이 실질적으로 에너지 빈곤 해결에 기여하나요?”, 둘째, “현행 정책 지원 수준과 방식의 한계는 무엇입니까?”, 셋째, “현재 에너지복지정책의 구조적 문제 극복 방안은 무엇입니까?”, 넷째, “에너지복지와 탄소중립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까요?”, 다섯째, “전환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과 극복 방안은 무엇입니까?”를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4. 연구 결과

4.1. 현행 에너지복지정책의 구조적 한계

FGI 분석 결과, 모든 참여자 그룹에서 현행 에너지복지정책의 근본적 문제로 비용 지원 중심 접근법을 지적하였다. 정책 전문가는 “에너지바우처 예산이 급격히 증가했으나 에너지 빈곤층의 실질적 생활 개선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국제적 비교 관점에서도 “한국은 건물에너지효율개선에 13.6%에 불과해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특히 현재 에너지 가격 상승 현황 속에서 바우처 지원은 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타났다. 현장 실무자 그룹은 바우처 지원 정책의 실질적 한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월 평균 15만원의 에너지바우처로는 노후 주택의 높은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겨울철 난방비 부담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가구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지원 신청과 자격 심사가 수급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며 복지 의존성을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는 단기적 대응에 치중하여 근본적 해결이 멀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복지정책 대상 선정의 경직성과 사각지대 문제 역시 지적되었다. 법제 전문가는 “현행 에너지바우처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한정되어 실질적 에너지 빈곤 가구가 제외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득이 기준을 약간 초과하나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차차상위계층이나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정책 수혜자들은 “복잡한 서류 때문에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에너지효율개선 사업 자체를 모른다”며 행정적 ∙ 정보적 접근성의 한계를 토로했다. 실무 담당자는 “에너지 빈곤의 명확한 정의가 없어 정책 대상 선정이 어렵고, 단순 소득 기준만으로는 실질적 에너지 빈곤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에너지복지정책 대상 선정에 있어 가구 구성, 건강 상태, 주택 노후 등을 고려한 다차원적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에너지복지정책의 거버넌스 문제 역시 정책 효과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전문가는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이 각자 유사 사업을 추진하나 통합적 조정 기제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정책 중복과 사각지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모순적 상황이 나타났다. 시민사회 활동가는 “에너지바우처는 산업부, 주거급여는 국토부, 생계급여는 복지부 소관으로 나뉘어 통합적 지원이 불가능하고, 수급자는 여러 부처를 돌며 각각 신청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각 부처의 자격 기준과 지원 시기가 달라 실질적 도움을 받기까지 시간이 지연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건물에너지 전문가는 “건물에너지효율개선은 국토부의 그린리모델링, 산업부의 에너지효율개선, 환경부의 주거환경개선 등으로 분산되어 통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부처 간 정책 분절의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과 정책 효과 감소 해결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4.2. 건물에너지효율개선 정책의 활성화 장애요인

건물에너지효율개선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은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제한적 재정 지원이었다. 건물에너지 전문가는 “제대로 된 에너지 성능 개선에는 가구당 최소 2,000만원이 필요하나, 현행 지원금은 평균 240만원에 불과해 부분적 창호 교체 정도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높은 임차 가구 비율도 구조적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법제 전문가는 “임대인은 에너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 투자 유인이 없고, 임차인은 타인 소유 주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거복지사는 “임차 가구가 개선을 원해도 임대인 동의를 받기 어렵고, 동의받더라도 임대료 인상을 요구받는다”며, “저소득층일수록 열악한 임대 주택에 거주해 에너지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증언했다. 한 연구자는 “프랑스나 네덜란드처럼 일정 수준 이하 에너지 성능 주택의 임대 제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현장 실무자는 “급격한 규제는 저소득층 주거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도출되었다. 건물에너지 전문가는 “한국은 신축 건물 기술은 세계적이나 노후 건물 개보수 기술과 경험이 부족하고, 구조와 에너지 성능을 동시에 개선할 통합적 접근과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공공기관 실무자는 “에너지효율개선 후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어 효과성 검증이 어렵고, 시공 품질 관리와 사후 관리 부재로 기대 성능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정책 수혜자는 “공사 후 곰팡이와 환기 문제가 발생했다”며, “단순 단열재와 창호 교체만으로는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이는 건물에너지 효율과 함께 실내 공기질, 습도 관리를 포함한 종합적 주거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4.3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복지의 정책적 연계 부족

FGI 참여자들은 한국 에너지복지정책에서 기후정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과 피해 분포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개념으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적은 취약계층이 기후변화 피해를 더 크게 받는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려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Zimm et al., 2024). 시민사회 활동가는 “기후위기 피해는 에너지 빈곤층에게 가장 크게 나타나지만,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은 가장 적다”며 “이러한 불평등 해결이 기후정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건물 부문 88% 감축 목표를 설정했으나 취약계층 영향 분석이 부족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의 부담이 저소득층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다른 연구자는 “유럽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처럼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별도 재원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행 정책이 탄소중립 목표와 정합성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건물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바우처로 구입하는 등유 ∙ 연탄은 고배출 화석연료로 탄소중립과 배치되며, 정부가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화석연료 소비를 지원하는 모순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효율개선도 가스보일러 교체에 집중되어 장기적 탄소 고착화를 야기할 수 있어, 히트펌프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현장 실무자는 “당장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기는 현실성이 없어 단계적 접근과 생존권 보장이 우선”이라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참여자들은 에너지복지와 탄소중립을 연계하는 통합적 정책 프레임워크 부재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전문가는 “부처별 계획이 상호 연계성 없이 추진되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위원회, 주거복지위원회가 각각 운영되나 통합적 조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실무자는 “탄소중립은 미래 과제로, 에너지복지는 현안 과제로 인식되어 연계점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는 정책 수립, 집행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복지의 통합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4.4. 정책 전환을 위한 혁신적 방안

모든 참여자 그룹에서 건물에너지효율개선으로에 정책 전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연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매년 반복되는 바우처보다 일회성 효율개선 투자가 경제적”이라고 분석했다. 건물에너지 전문가는 “주택 개보수로 건물 외피, 설비, 재생에너지를 통합 개보수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시범사업 후 민간 확대가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에너지 사용량, 비용 절감, 주거 만족도의 정량적 측정으로 효과성 입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혁신적 재원 조달 방안도 제시되었다. 법제 전문가는 “녹색금융 활용 저리 대출과 에너지 절감액 상환 제도, 미국 PACE(Property Assessed Clean Energy)처럼 재산세 연계 장기 상환 방식”을 제안했다. 연구자는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수익을 활용한 ‘기후정의기금’ 조성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거버넌스 개선 방안으로 시민사회 활동가는 “프랑스의 ‘National Observatory of Energy Poverty’(에너지빈곤관측소)처럼 독립적 모니터링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자는 “정부, 전문가, 시민사회, 당사자가 참여하는 범부처 통합위원회로 정책 조정과 예산 배분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실무자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위해 지방정부 권한과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수혜자들은 당사자의 주체적 참여를 강조했다.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닌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의 주체가 되고 싶다”며 “에너지 절약 교육이나 DIY 단열 프로그램 같은 참여형 사업”을 제안했다. “마을 단위 공동 추진으로 비용 절감과 이웃 유대 강화”라는 의견과 함께, 주거복지사는 “독일처럼 에너지 협동조합으로 주민이 재생에너지 생산과 효율 개선에 참여하고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제안했다.

5. 논의 및 결론

본 연구 결과는 한국의 에너지복지정책이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2020‒2024년 예산 분석에서 에너지바우처가 777.8% 증가한 반면 건물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79.3% 증가에 그쳐, 바우처가 전체 예산의 86.4%를 차지하는 불균형적 성장이 파악되었다. 이는 현행 바우처 지원 중심 정책이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했으며, 기후 위기 시대의 도전에 구조적으로 전환을 시사한다. FGI 그룹에서 효율개선 중심 정책 전환에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이는 에너지 빈곤의 근본적 해결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적 선택으로 인식하였다. 아울러 분석 결과는 급진적 전환보다 점진적이고 포용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당장의 생존권 보장과 장기적 전환 목표 사이의 균형을 위해 초기에는 효율개선과 바우처 지원을 병행하되 점진적으로 효율개선 비중을 높이는 단계적 전환이 적절하다. 또한, 대규모 효율개선을 위한 재원 조달이 핵심 과제로 민간 자본을 활용한 혁신적 금융 모델이 필수적이다. FGI에서 제안된 ‘기후정의기금’은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하여 오염자 부담 원칙을 구현하면서 안정적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성공적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다음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기술 혁신을 통한 증거 기반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현재 보고된 효율개선 절감 효과는 일회성 측정에 기반하여 신뢰성이 제한적이다. IoT 센서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은 네덜란드 ‘Energiesprong’ 모델처럼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한 성능 보증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선순환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둘째, 거버넌스 혁신을 통한 정책 통합성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의 부처별 분절적 접근은 정책의 비효율성과 사각지대를 양산할 수 있다. 범부처 통합위원회 설립과 함께 탄소중립녹색성장 정책에 에너지복지를 명시함으로써 법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정책 프레임워크와 재원 확보를,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실행을 담당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가 효과적일 것이다. 셋째, 정책 수혜자를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능동적 참여 주체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에너지 협동조합 모델은 주민이 재생에너지 생산과 효율 개선의 주체가 되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이러한 참여형 모델은 주인의식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에너지 빈곤 문제를 기후정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국내 상황에 부합하는 전환 방법을 경험적 데이터로 탐색했으며, 특히 정책 수혜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여 참여적 정책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11명이라는 제한된 연구참여자로 통계적 일반화에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연구자의 해석적 관점이 개입될 수 있어 결과의 확대 해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론적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계량적 접근, 시범사업 성과의 장기적 연구, 지역별 ∙ 건물 유형별 맞춤형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건축물 에너지 성능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적 재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이중 목표를 통합적으로 달성하는 혁신적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 민간, 시민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수혜자 당사자들의 능동적 참여와 상호협력이 전제되어야 하며, IoT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진화된 에너지 복지 시스템 구축이 수반되어야 한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는 2025년도 계명대학교 비사연구기금으로 이루어졌음(No.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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